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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1)

일주일 내내 숨 가쁘게 지내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흩어졌던 마음을 추스르고 컴퓨터 앞에 오롯이 앉는다. 성경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모험이며 성취라고 한다. 나의 초기의 믿음 생활은 두려움이 대부분이었다. 가톨릭 교리의 죄에 대한 심각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경은 하느님을 배반한 인간들을 찾으시고 용서하시는 사랑 이야기로 가득했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어둠 속으로 들어오신 하느님을 우리가 어찌 거역할 수 있으랴.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은 우상을 만들어 섬기며 부르면 부를수록 멀어져만 갔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을 알면서도 그분께 찬양하거나 감사를 드리지 않고 허망한 생각으로 마음이 어두워진 인간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지혜롭다고 자처하지만 바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멸하시는 하느님의 영광을 썩어 없어질 인간과 날짐승과 네발짐승과 길짐승 같은 형상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로마 1,22-23)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재산을 챙겨 집을 떠난 방탕한 아들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장면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가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아버지가 그를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달려가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루카 15,20) 시력이 나쁜 늙은 아버지는 멀리서도 아들을 알아본다. 가엾은 마음이 들어 달려가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성스러운 이 광경은 내 안에 들어있는 경직된 그 무엇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작은아들이 되어 2000년 전의 그 날의 그 장소로 되돌아가 본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아버지께서 받아주실까? 큰 실수를 저질렀구나… 등등 수많은 번민과 후회로 아버지 앞에 나아갔다. 그러나 그가 미리 걱정했던 그런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깊은 사랑을 체험한 아들은 엉엉 울었을 것이다. 태초부터 있었고 영원히 계속될 하느님의 사랑이다.   렘브란트가 그린 ‘탕자의 귀향’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세인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렘브란트는 아버지의 고독과 분노와 외로움이 무한한 감사가 되게 하였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헨리 뉴우앤은 그의 저서 ‘탕자의 귀향’에서 말하고 있다.     아무리 흉악한 몹쓸 짓을 했더라고 당신에게로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하느님은 나보다 먼저 나를 사랑해 주신 분이시다. 만일 우리 생에서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나의 잘못을 되돌릴 수 없는 삶, 용서받을 수 없는 삶, 고칠 수 없는 삶, 손실을 회복할 수 없는 삶, 쉽게 대답을 할 수 없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완전히 패배한 삶,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과 돌이킬 수 없는 수치심으로 사는 삶일 것이다.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귀향은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기억 사랑 이야기 성경 말씀 세인트 페테르부르크

2024-10-28

[독자마당] 영정사진

어느 날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이 사진은 죽은 후에 사용할 사진이 아닌가 !   그제야 죽음이란 단어가 가슴에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자 나의 앞에 다가올 죽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베드로전서 1: 24)라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된다. 이 땅에서 아무리 강한 힘이 있다고 큰소리쳐도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기에 나의 소유물들은 잠깐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학벌이나 지위, 재물 등으로 우쭐댈 것 하나도 없다. 세상 것에 너무 애착하지 말자.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만 있으면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지만 거기엔 생명이 없기에 아무것도 아니다. 참 인생을 성공한 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주님으로  모시는 순간이다.     참 행복은 인생 문제가 해결된 자이다. 인생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 자는 행복이 멀리 있는 자이다.   예수님을 자신의 구주와 주님으로 영접하는 순간 우리의 동결되었던 영이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영 속에 보혜사 성령이 내주하셔서 영원히 떠나지 않으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비스러운 변화이다.  ‘영정사진’ 을 촬영하면서 귀한 진리 속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영순·샌타클라리타독자마당 영정사진 성경 말씀 인생 문제 주의 말씀

2023-12-05

[열린 광장] “말좀하며 살고 싶다”

온종일 외부 사람과 말을 하지 않고 지날 때가 있다.  가을 아침 창문을 열면 기다렸다는 듯 ‘짹짹’ 화답하는 소리는 들리는데 새는 보이지 않는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여유롭게 즐기다 인기척이 나니,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다른 장소로 날아간 것이다.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들으면 경계를 하는 본능적 반응으로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사람도 혼자 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 얄궂은 코로나로 인해 지인들과의 왕래가 끊어지고, 서로 만나지 못하고 살다 보니 마음속에 쌓이고 머릿속엔 정리가 안 된 것들도 많다. 그러다 전화라도 하게 되면 아무 준비 없이 이 말 저 말 의미 없는 대화가 오고 간 적이 없지 않다.   어제 교도소 예배시간에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재소자와 단둘이 마주 앉았다. 준비한 성경 말씀을 읽고 서로를 소개하다가 “당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보라”고 했더니  “말 좀 하고 살고 싶다”고 한다. 독방에는 철문 가운데 식사와 편지 정도 전달할 수 있는 작은 문이 있고 교도관이 수시로 점검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 문은 항상 닫혀 있다.  그리고 그 좁은 공간에 혼자다. 다른 재소자와의 접촉이나 대화 기회도 물론 없다.     말을 들을 수도 내 말을 들어 줄 사람도 없고, 전화도 할 수 없고, 참새 우는 소리 한번 들리지 않고 햇빛 한 줄기 비추지 않는 곳에 혼자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사람이 그립고, 목소리가 그립고, 채취가 아쉬울까?     그 재소자는 많은 이야기 끝에 어젯밤 베개에서 짙은 어머니의 냄새를 맡았고, 꿈에서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잠을 깼다고 했다. 그리고 울며 밤을 새웠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자기를 용서하신 것 같다며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얼마나 어머니와 말을 하고 싶었을가?.     그 재소자는 40분 가까이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기억은 하지만 글로 다 표현할 수는 없는 사연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이 너무 잘 생긴 40대 후반의 백인이다. 그 재소자의 이야기를 듣는데 나목이 된 내 모습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세워져 있는 느낌이었다.     어느덧 그를 독방으로 보내고 나도 세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 됐다. 감히 위로나 격려의 말이나, 성경의 무슨 말씀으로도 그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려서부터 눈물 잘 흘리던  나는 양쪽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를 보며, 그도 나를 너머다 보며 같이 울었다.     준비되지 않은 시간을 마치는 말로 “형제여 당신과 내가 나눈 모든 말을 하나님이 들으시고, 기억하고, 알고 계신다. 그래서 우리가 예수를 믿고 모든 것을 맡기면 좋은 것으로 이루어 주신다는 것을 우리 믿자”고 하였다.     교도관이 방문을 여는 무거운 열쇠 소리가 났다. 서로 파안대소하며 그는 굵은 목소리로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뒤돌아보며 “신의 축복을(God Bless you) !”이라고 말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 바라보며 헤어졌다. 변성수 / 미국 교도소 선교사열린 광장 성경 말씀 열쇠 소리 자기 이야기

202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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